십여 년을 꿈꿔온 일이다. 그 일이 내년, 이뤄질 것이다. 고교 시절, 막연히 서울을 꿈꿨다. 딱히 이유랄 건 없었고 반은 겉멋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천안. 대구에서 천안으로 올라올 때도 묘한 감정을 느꼈는데, 이제는 한 번 더 올라간다. 집을 떠난지 벌써 4년이나 되었다. 아직 혼자인 게 익숙하지 않고 새롭게 헤쳐야 할 것이 많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더라.
성취감, 이라는 것은 매번 선하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좋게 평가할 만한 때는 반드시 존재한다. 객지생활을 하며 성취감을 확실히 배웠다. 낯선 것을 접할 때는 두려움도 있지만 막상 하고 보면 성취감이 있기 마련이다. 이 땅에서의 삶은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와 같다. 하나님은 그런 성취감 따위를 통해 연약한 나를 촉발시키신다. 그리고 성취감 자체를 만끽하게 허락하신다. 감사하다. 로보트처럼 조종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의 교제 자체를 즐기게 하시다니, 이것을 두고 신학은 하나님을 인격적이시라고 칭송하고, 그분과의 교제 안에서 인격적 관계라 한다. 나는 감히, 절대자와 인격적 관계를 맺고 있다.
내년이라서 아직 먼 이야기지만, 이사할 그곳은 인간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새로이 얻을 월셋방 주인 아주머니와 오손도손 반찬과 군것질거리를 주고받으며 인격적 관계를 이루길 바란다. 시장이 가까웠으면 좋겠다. 20대에 집을 떠나 어른을 가까이 두지 못하고 살며 자라기에, 불완전체 그대로 굳어버릴까 싶다. 부모님은 줄곧 말씀하시길 무엇보다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장을 오가며 단골 반찬 가게와 과일 가게, 채소 가게 사람들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싶다. 재래시장의 축축한 바닥을 밟으며 짠내나는 그곳을 오가며 이미 사람인 그들에게 사람 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는 언제나 소수의 신앙인들을 통해 전승되어 왔다고 전한다. 위대한 누군가로 자라나 이름을 빛낼 욕망은 추호도 없다. 단지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 속에서, 월셋방 주인 아주머니와 시장 반찬 가게 아주머니, 오가는 관계 속에서 인격이 묻어나기를 바란다. 좋은 사람이 있는 곳에 갈 수 있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런 것을 진심을 열망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이 부모님이 되라셨던 사람일 것이다. 또한 성경의 정신을 전승한 사람일 것이다.
상경上京을 염원하며, 블로그에 적응하며, 봄의 한 가운데에서.




최근 덧글